restoration 171012_91x91cm_pendrawing_2017

[ L153 Gallery 공모전 ]시간유희 / 최혜정

2017/11/07

restoration 171012_91x91cm_pendrawing_2017

Restoration 171012_91x91cm_Pen drawing_2017

 

시간유희 / 최혜정

2017. 11. 9 – 11. 30

L153 Gallery가 2016년부터 실시하는 작가 공모전으로 작년에 이어 네 번째 작가로 올해 공모에 선정된 최혜정 작가의 ‘시간 유희’전이 11월 9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without sayng anything 아무말도없이_70x120cm_ pendrawing_2017

Without sayng anything 아무말도없이_70x120cm_ Pen drawing_2017

 

전시소개

펜 끝의 작은 움직임에 따라 선이 생기고 문자가 나타나고 텍스트의 의미를 이루며 정연한 기록의 역사가 된다. 이 여리고 가는 선의 무수한 반복적 흐름으로 이루어진, 작가 최혜정의 작품에서 감동을 느끼는 이유는 의미를 부여할 모든 것의 근저를 집약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 무의미가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의미가 감동으로 전해진다. 작품 ‘Petite Pensée(작은 생각)’에서 보여지는 붉은 선의 연속성을 마주할 때의 솟구치는 심경은, 관람객의 삶의 궤적을 대입함으로써 형성되는 공감대를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여린 선의 집합이 주는 힘으로 인해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작가는 서울 미대에서 조소와 프랑스 리옹 ‘에콜 에밀 콜’에서 멀티 미디어를 전공했다.

thought 161001-contact_11x14.31cm_pendrawing_2016

Thought 161001-contact_11x14.31cm_Pen drawing_2016

 

작가노트

‘질서(秩序) 정연(整然)하다’ 고 할 때의 정연整然(가지런하고 질서가 있다)한 성질을 정연성(整然性) 이라고 임의로 명명한다면, 주제 면에서 작업들은 정연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단어에 대해서는 책에 빚을 지고 있다. 작업의 기조가 된 영감, 소재, 주제, 조형요소 등의 것들이 작가의 책에 대한 천착으로부터 왔다. 책의 컨텐츠에 대한 호불호나 장르의 문제를 넘어서서, 우선 그 형태와 기능의 균형이 아름답다고 작자는 여긴다. 즉, 책이 가지는 정연성에 대한 애착, 그 미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보려는 의지가 작업으로 연결되었다. 이는 점차 발전하여 단지 정연한 상태를 말하는 지시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작업 속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해석된다. 최근 작업들 속에서 정연성은 작업 시의 세계관 혹은 원망(願望)하는 세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작자에게 정연성은 휴먼 스케일의 가부, 인지 여부를 떠나 존재한다. 휴먼 스케일 경우의 일례가 언어일 수 있다. 인간은 개념 정의가 되지 못한 것, 혼란스러운 것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와 기피를 보여준다. 그래서 언어를 이용해 혼란스러움에 개념과 질서를 부여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세상에 대한 방어기제의 하나로써 언어를 가졌다고 인식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정연성(의 추구)이다. 반면에 이러한 인위적인 질서부여 의지를 넘어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천지의 것들이 순리를 따라가도록 만드는 시간과 자연의 힘 혹은 시간과 자연 그 자체의 정연성도 존재한다는 생각이 작업의 기조에 깔려있다. 즉,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혼란스러워 보이는 시국이나 사건, 문제들도 시간이 지나면 특정한 큰 흐름 속에 자연스러운 자기 자리를 찾아 간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의지나 힘을 벗어나 초월적인 단계의 정연성이라 보인다. 이렇게 인간의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정연성의 추구, 시간과 자연이 가진 정연성, 혹은 삼차원 공간에 더해지는 비가시적인 시간이라는 소화제(小話題)들은 근간의 작업들을 구성한다.

주제와 화제에 연결된 조형요소들이 지극히 정돈되려 하는 성향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작업들을 일견 미니멀한 모습으로 보게 할 수 있다. 몰개성적인 그래픽과 같은 익명성을 가진 작업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업을 근경에서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손으로 그려진 선들이 파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리기’를 부정하는 흐름이었던 60, 70년대 프랑스 BMPT 작가들의 스트라이프 회화와는 다르다. 또한 작업들은 2차원 평면인 회화에 세밀한 부조를 보여주려 한다. 때로는 섬세한 부조로 파인 면들이 병행하기도 하면서, 미묘한 체적을 가진 잉크가 작은 공간 안에 수많은 높낮이를 형성시킨다. 이는 철저한 평면이 되길 원했던 현대 초기의 회화와도 다른 형태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기원전 6세기 디뷰타 드의 기록 속에서 찾을 수 있듯이 회화가 개인적인 기록이며 흔적임을,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공감과 소통을 중시할 여지가 남아있음을 작자가 믿기 때문이다.

intersection 170303_28x38cm_pendrawing_2017
Intersection-170303_28x38cm_Pen drawing_2017

2016년의 작업들은 주로 정연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식의 흐름을 은유적인 선으로 표현해 화폭에 쏟아내는 것에 집중했다. 2017년에 들어와서 이러한 작업의 성격은 기저에 유지가 되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 다양한 시간 축 등으로 시간에 대한 보다 많은 화제를 담으려 하고 있다. 특히 다른 높이 차와 재질 차로 시간의 경과를 담거나 하나의 무기물과 이 물질이 존재하는 시간의 경과에 대한 인지 등을 이야기하는 작업들을 2017년 후기에 진행하고 있다.

Reminiscence_52x32cm_pendrawing_2017

Reminiscence_52x32cm_Pen drawing_2017